제      목: 오목눈이의 슬픔
이      름: 류근조
작성일자: 2003.08.29 - 15:53
      오목눈이의 슬픔

 오목눈이 알을 놓고 집을 비운 뒤
 뻐꾸기 그 위에 몰래 알을 낳아 포개 놓았지
 그걸 모른 오목눈이 알을 품어
 뻐꾸기 새끼도 같이 길렀건만
 눈도 안 뜬 덩치 큰 뻐꾸기 새끼
 배다른 오목눈이 새끼들을 힘으로 밀어 땅에 떨어뜨려 죽였지
 아 경악스러워라
 이것도 자연의 이법이라면
 어미오목눈이 잡아다 준 먹이 혼자 먹고
 다 자란 뻐꾸기 새끼 날개짓 할 때
 기다렸다는 듯이
 어디선가 어미뻐구기 날아와
 제 새끼 데려가 버린 뒤
 돌아와 본 오목눈이 텅빈 집 지켜보네
 울 수도 없는 대 역모의 한 순간
 커다란 정적만이
 산자락을 휩싸고 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