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생명』1996 봄호 "지방의제21의 의의와 현황 및 과제"
 
 
지방의제21의 의의와 현황 및 과제
 
문태훈(중앙대학교 지역개발학과 교수)

1. 서론

1972년 스톡홀름회의에서부터 본격적 논의가 시작된 유엔중심의 지구환경보존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은 이제 그 전략적인 행동의 초점을 "지방정부의 역할증대"로 모아나가고 있다. 이는 브라질 리우회담에서 채택된 의제21의 제28장에서 천명하고 있듯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환경문제의 해결은 그 뿌리를 지방자치제의 행동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라 외국에서는 지방정부의 환경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인 "지방의제21"의 형성과 실천에 상당한 정도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들어 지방의제21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안산市를 비롯하여 인천市 부산市는 미흡한 상태이긴 하나 지방의제21을 작성하였거나 보완중에 있고 서울市, 대구市등도 이의 작성을 위한 작업을 활발히 진행중이다. 지구환경보존을 위한 이러한 움직임들을 환경정책의 차원에서 조망하면 재미있는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정책수단이 과거의 명령-강제방식의 규제일변도에서 경제적 유인책으로 점차 그 강조점이 변해오다가 이제는 지역공동체의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동원할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지역 환경창조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가에 관심의 초점이 옮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글은 지방의제21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지방의제21의 의미와 발생배경, 작성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등을 차례로 검토해 보기로 한다.

2. 지방의제21의 의미와 배경

지방의제21이란 지탱가능한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하여 지방정부가 그 지역의 주요단체들과의 협의하에 작성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의미한다. 지방의제21의 제목과 형식은 각 지방정부의 창의성과 독창성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이겠지만 그 지향점은 대체로 동일하다. 즉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과거 행정부 위주의 오염억제에만 머물지 말고 지역공동체의 광범위한 참여를 바탕으로 하여 보다 적극적인 "환경창조"를 이루어 나가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창조의 개념은 오염억제 위주인 종래의 환경보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녹색공간을 확대하고 자연생태계를 발전시키며 친수공간을 잘 가꾸어 나가는 등의 자연환경의 창조와, 역사적 유적지나 문화적 가치가 있는 지역을 소중하게 기리어 나가는 역사 및 문화환경의 창조를 포함하는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개념으로 이해된다. 21세기를 대비한 지방정부의 과제라는 의미에서 부여된 이 지방의제21이란 말이 등장하기 까지의 배경은 가까이는 1992년 브라질에서 개최되었던 리우정상회담으로, 멀리는 1972년 스톡홀름에서 개최되었던 유엔인간환경회의에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오페라 극장에서 개최되었던 유엔인간환경회의는 환경보존을 위한 전 지구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인간환경선언, 원칙선언을 채택하고 지구환경의 날을 설정하는 등의 공식적인 성과를 거둔 최초의 대규모 국제 환경회의였다. 그러나 이 스톡홀름 회의는 지구환경문제를 둘러싼 선진국과 제3세계 국가들간의 현저한 견해 차이로 말미암아 회의 초반부터 난항을 거듭하여야 하였으며 그 성과는 대부분이 수사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었다. 즉, 환경오염의 원인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환경오염의 현상자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제3세계의 "선진국 환경오염 책임론"의 주장이 회피되었고 행동지향적이었던 이 회의는 각국가의 자발적인 행동에 의존하는 것 이상의 어떤 수단도 구비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톡홀름회의는 지구생태계를 국가차원에서는 물론 국제적인 차원에서 하나의 정책대상으로 확인하고 정당화시켰으며, 유엔환경프로그램을 제도화하는 초석을 마련했고, NGO의 활동에 힘입어 미약하나마 실질적인 행동수단을 설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톡홀름회의의 추천에 따라 유엔총회는 지구환경문제를 전담하는 유엔의 공식적인 기구로 유엔환경프로그램을 설립하게 되었고 1983년에는 세계환경및개발위원회(WCED, 일명 브룬트란트 위원회)를 구성하여 2000년대를 향한 장기 지구환경보전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이 작업 결과를 종합한 보고서가 브룬트란트 보고서(Our Common Future)인데 여기서 정의된 "지탱가능한 개발"의 개념은 1988년 유엔총회가 이를 유엔 및 각국정부의 기본이념으로 삼을 것을 결의하게 되면서 널리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후 1989년 유엔총회에서는 1972년 스톡홀름회의 20주년을 기념하여 지탱가능한 개발을 범세계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대규모 국제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의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 일명 지구정상회담이었다.

이러한 일정하에 개최된 지구정상회담은 리우선언, 의제21,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산림원칙등을 채택하게된다. 리우선언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각 국가들의 행동원칙을 광범위하게 정한 것이었고, 의제21은 지구환경보존을 위한 분야별 행동지침을 망라한 것으로 리우선언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일종의 행동지침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의제21은 前文, 지탱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회 경제적 과제, 자원의 보전과 관리, 주요단체들의 역할 강화, 집행을 위한 수단등 크게 다섯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총40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제21에서 주요단체들의 역할 강화 부분인 제28장은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지방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탱가능한 성장(ESSD: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을 실현하기 위하여 1996년까지 지방정부는 지역의 주민, 단체, 민간기업들과의 대화를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최적의 전략을 도출하고 지방의제21을 채택할 것을 밝히고 있다.

리우 정상회담 이후 유엔은 의제21의 실행을 국제적으로 관리하고 그 추진 상황을 평가, 감시하기 위하여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ECOSOC)산하에 지속개발위원회(Commission on Sustainable Development)를 설치하게 된다. 그러나 리우선언과 의제21의 이행을 위한 CSD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속력을 갖지 않은 의제21의 실현은 많은 어려움을 겪어 온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유엔과 민간단체들은 지방정부의 역할증대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시키는 행동전략을 취하게 된다. 즉, 의제21에 대한 각국 정부의 미온적인 반응과 유엔의 지구환경보존을 위한 노력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많은 분야에 관심을 분산시키고 있어 실효가 없었다는 것을 반성하고 지방정부와 지역공동체의 역할에 우선적인 노력을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분권화의 세계적인 추세에 힘입어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보여지고 있는 지방의제21에 대한 급증하는 관심도 이같은 맥락속에서 임은 물론이다.

3. 외국과 우리나라의 지방의제21 작성 현황

1996년까지 주민들과의 협의과정을 거쳐 지방의제21을 작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의제21 제28장에 따라 세계 각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의제21의 작성에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4년 영국 맨체스터市에서는 지탱가능한 도시발전을 핵심주제로 하는 '94 지구환경회의가 개최된 바 있으며 여기서는 세계 약 40여 지방정부의 대표들이 참석하여 자국의 지방의제21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몇개의 민간단체가 옵져버(observer) 자격으로 이 회의에 참가한 바 있다.

지방의제21의 작성에 활발한 외국의 대표적인 지방정부들을 열거하면 일본의 가나카와縣, 가와사키市, 영국의 맨체스터市, 컬크리스市, 아본 카운티, 뉴질랜드의 웰링턴市, 해밀턴市, 미국의 시애틀市, 차타누가市, 스페인의 바르셀로나市, 브라질의 상파울로市 등등이다. 이들 지방정부들의 지방의제21은 대부분이 이미 완성되었거나 일부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에서도 일본 가나가와縣의 지방의제21은 환경선언, 문제의 파악, 목적의 제시, 대안과 목표치의 설정, 그리고 지방정부 기업체 주민등 각 주체별로 행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일관성있고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또 미국의 시애틀市는 지탱가능한 발전의 지표(sustainable indicators)를 개발하여 그 일부를 '94년 지구환경회의에 소개한 바 있는데 이러한 노력은 지역환경상태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집행결과에 대한 평가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뉴질랜드의 해밀턴市에서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의제21에 대한 관심은 1994년 영국 맨체스터시에서 개최되었던 지구환경회의의 결과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환경정책학회, 경실련 환경개발센터,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와 공동으로 주최한 "Local Agenda21과 지방정부의 대응에 관한 워크숍"으로 국내에 소개하면서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워크숍에는 전국의 지방정부들이 모두 초청되었으나 참석한 지방단체는 목포시와 제주도에 불과하여 지방의제21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4년 말 안산시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중심이 되어 시민환경대회를 개최하고 환경선언을 하면서 지방의제21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였다. 그러나 지방의제21에 대한 지방정부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선거가 실시되어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부터였다. 인천광역시, 부산광역시는 1995년 중반기와 하반기에 이미 "그린 인천 아젠다21", "녹색도시 부산21"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의제21을 발표하였고 안산시는 "상록도시 안산 21"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의제21을 활발히 추진중이다. 이외에도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 대전광역시, 울산시, 순천시, 춘천시등이 지방의제21의 작성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서울시는 '94지구환경회의에 참석하면서 지방의제21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를 꾸준히 축적시켜 왔으며 1996년 초반기에 지방의제21의 작성을 완료할 것을 목표로 현재 준비를 진행중이다.

4. 지방의제21의 형성과정

지방의제21은 지방정부와 지역의 주요단체들이 협의를 통하여 작성해 낸 지탱가능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우선 지탱가능한 발전이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적인 문제와 이에 수반되는 지방의제21의 구성내용의 문제, 그리고 지역의 주요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하여 작성한다고 하였는데 이 협의와 지방의제21의 형성절차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인가라는 절차적인 문제이다.

1)지탱가능한 발전에 대한 개념의 문제

지탱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소극적 개념과 적극적 개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적극적 지탱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환경한계용량내에서의 발전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서는 현재 환경용량의 확대를 지향하는 "환경창조"의 개념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적극적인 지탱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채택한다는 것은 환경정책에 있어서 인간활동의 한계를 환경용량내에서 설정하여 환경한계용량을 초과하는 경제적인 활동을 억제할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삼림이나 녹색공간, 그리고 자연생태계의 보존과 확산을 통하여 주어진 환경한계용량을 점진적으로 확대시켜 나가는 여러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지탱가능한 발전이란 각종 계획에 있어서 자연보전에 대한 고려를 더 깊이 하거나, 환경오염규제의 기준을 강화하거나, 에너지보존 규제의 기준을 강화하거나, 더 많은 재활용을 해야 한다는 등 공공 의사결정에 있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의 비중을 높여 성장과 보존의 조화를 꽤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소극적 지탱가능한 개발의 개념은 지난 수년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사실 환경의식이 약한 조직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소극적 지탱가능한 개발의 개념은 환경인식의 제고에 중요한 발전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극적 개념하에서의 지탱가능한 발전은 환경보존은 경제발전의 목적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따라서 환경과 자원을 보존하고 창조한다기 보다는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의 속도를 늦추는 정도에서 머물게 된다. 이러한 개념을 기초로 발전된 정책수단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염원인자 부담원칙에 기반한 각종 수단들이다. 오염자부담의 원칙은 지탱가능한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수단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는 개발이 이루어 지고 난 후 또는 자원이 이미 사용되고 난 다음 사후적인 복구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다. 따라서 보다 성공적인 지탱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소극적 개념의 접근은 불충분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개념들의 분류선상에서 보면 브룬트란트 위원회나 유엔환경프로그램, 국제환경자치체협의회(ICLEI)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탱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적극적인 의미의 지탱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상정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정의하고 있는 지탱가능한 발전은 "미래세대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저해하지 않고도 현재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발전, 그리고 자원의 이용, 투자의 방향, 기술의 발전, 제도의 변화방향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대의 필요와 욕구를 증진시킬 수 있는 변화의 과정"으로 풀이되고 있다. 유엔환경프로그램은 지탱가능한 발전이란 "지구의 환경용량내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발전"이라 정의하고 있고 국제환경자치체협의회(ICLEI)는 지탱가능한 개발이란 "자연과 사회체계의 생명력에 위협을 주지 않으면서 기초적인 환경, 사회, 경제적인 서비스를 모든 공동체 거주민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탱가능한 발전에 대한 이상의 개념 규정들을 살펴보면 언어의 표현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자연의 환경용량내에서라는 이루어지는 발전"임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환경용량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발전이란 자연자원이 발전의 과정에서 다소 손상을 입더라도 그 손상의 정도가 자연계가 지탱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일어나는 것이어서 자연계 스스로의 회복과 자생적인 환경용량의 성장이 가능한 범위내에서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탱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성장과 보전의 단순한 조화가 아닌 "환경용량內"라는 제약조건이 첨부된 상태하에서 성장과 보전의 조화와 환경용량의 증대를 지향하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각국의 지방정부와 국내에서 작성하였거나 진행중인 대부분의 지방의제21은 환경용량의 한계를 명시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지탱가능한 발전의 개념에 입각한 행동계획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미약한 상태에서 급격한 환경보존과 환경창조의 논리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무리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완화한 소극적인 지탱가능한 개발의 개념이 채용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2) 지방의제21의 작성절차

지방의제21의 작성과정은 첫째, 미래상에 대한 합의의 도출 둘째, 근본적인 문제와 원인의 파악 셋째, 목적의 설정 넷째, 대안의 파악과 구체적인 목표의 설정 다섯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 여섯째, 행동계획의 작성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물론 지방의제21이 작성되면 이 행동계획은 집행되어야 하고 모니터링되어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기초하여 기존 행동계획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행동계획을 추가하는 순환적인 피드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상술하면 다음과 같다.

? 미래상에 대한 합의의 도출: 지탱가능한 발전의 개념에 입각하여 지역의 미래상과 지방의제21을 작성하는 과정을 이끌어 나갈 원칙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를 도출한다. 미래상에 대한 폭넓은 합의를 구하기 위하여 지방의제21을 형성하는 초기단계에서 부터 지방정부, 지역주민, 민간단체, 기업체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환경포럼같은 것을 구성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물론 이들의 의견은 지방의제21을 작성해 나가는 전과정을 통하여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 합의의 결과물은 지방환경선언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카나가와현의 환경선언이나 영국 지방정부의 환경선언 같은 것들이다. 카나가와현의 환경선언은 "카나가와현의 초록의 산과 푸른 바다를 사랑해온 우리는 이러한 귀중한 자산들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우리의 사회체제를 변화시키고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영국지방정부의 환경선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여기서는 지탱가능한 발전을 "자연의 환경용량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풀이하고 "어떤 경우에는 이미 환경용량을 초과한 곳도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지탱가능한 발전이 경제에 제약을 가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지만 장기적인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변화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환경의 질과 삶의 질에 대한 목표를 정하고 중앙정부를 포함한 사회모든 분야의 협조체제를 구축" 하여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지탱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노력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미래상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하여 해당지역에서 보존해야 할 삼림, 토지, 경관, 동식물, 역사적 유적지등의 환경자산 목록을 만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자산 목록을 기초로 하여 해당 지역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어떠한 미래상을 구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합의에 보다 쉽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근본적인 문제와 원인의 파악: 지역의 미래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 미래상에 입각하여 앞으로 해결되어 나가야 할 구체적인 문제점과 그 원인들을 파악하여야 한다. 문제점과 원인의 파악이 중요한 것은 환경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을 미연에 파악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이 어느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카나가와현의 지방의제21에서 카나가와현이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환경오염의 문제점을 "쓰레기 문제, 생활하수로 인한 하천의 오염문제, 교통량의 증가로 인한 대기오염문제" 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나 영국 지방정부의 환경선언에서 "지역대기오염이 어린이에게 특히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토양의 침식과 삼림의 파괴가 영양부족과 빈곤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문제점이 파악되면 지역환경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측정하여 이를 출발선(base-line)으로 삼는 것이 좋다. 이러한 작업은 각 환경에 대한 적절한 지표를 만드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해당지역의 주민들에게 지역환경이 어떠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새로운 행동계획의 필요성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이나 자원의 부족으로 모든 일이 한꺼번에 진행될 수 없는 경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바람직 하다.

? 목적의 설정: 여기서의 목적은 해당 지역공동체가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미래상의 보다 구체화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래상의 내용에 목적이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목적은 과학적이거나 사회 문화적일 수 있으며 방향을 제시하는 질적인 목적일 수도 있으며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되는 수량적인 것일 수도 있다. 카나가와縣의 지방의제21이 제시하고 있는 친환경적 생활양식의 정착, 환경친화적 도시의 형성, 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체계의 창조,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적협조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 수치로 제시되는 수량적인 목적은 예를 들면 200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20% 감소한다는 등의 목적을 정하는 것이다.

? 대안의 파악과 구체적인 목표치의 설정 :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대안을 파악하고 목표치를 설정한다. 예를 들면 "친환경적 생활양식의 정착"이란 목적을 위하여 에너지 절약, 쓰레기의 감량, 재활용의 증대, 물절약과 하수의 재활용, 환경교육의 증대등 여러 대안들을 나열할 수 있으며 이러한 대안의 종합적인 시행으로 전기를 10% 절약하고 쓰레기를 10% 감량하고, 물을 10% 절약한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안의 파악은 참여자 주체별로 파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천의 수질오염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지방정부는 하수처리시스템을 향상시키고, 산업체는 폐수배출량을 줄이고, 민간단체나 지역주민들이 생활하수를 줄이고, 강이나 강변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작업을 시행한다는 등의 대안들이다. 가능하다면 각 대안들은 그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되는 것이 바람직 하다.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프로그램의 개발: 대안의 파악과 목표치가 설정이 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각 대안의 구체적인 행동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위의 예를 계속하면, "에너지의 절약"이라는 대안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프로그램으로 가정이나 직장에서 절전 전기기구의 사용, 에어컨디션이나 난방기의 효율적 사용, 환경친화적 상품의 사용등 직접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행동프로그램 역시 행동 주체별로 개발될 수 있다. 지방정부가 할 일, 기업체가 할 일, 시민들이 할 일등으로 주체별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각 행동프로그램에 대한 집행의 정도를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가진다면 더욱 바람직스러울 것이다.

? 행동계획의 작성: 지금까지의 결과를 취합하여 지방정부는 지방의제21 행동계획의 초안을 작성한다. 여기에는 비젼과 철학, 현재 환경상태(문제, 원인, 우선순위), 목적, 대안, 목표치, 각 이슈에 대한 행동프로그램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 초안은 공개되어야 하며 지방정부내에서, 환경포럼에서, 그리고 기타 다른 공공회합의 장소에서 토론되어져야 한다. 공개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학교, 지역센터, 지방정부의 사무실, 시장, 전자통신등이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다. 이과정에서 각처의 의견과 코멘트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야 하며 초안의 내용은 각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하여 수정과 발전의 과정을 거친다.

이상으로 행동계획이 마련되면 집행이 되어야 하는데 행정부의 어느 부서가 집행과 모니터링, 그리고 수정의 책임을 지는지를 명확히 해야한다. 이단계에서 행동계획이 바람직한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모니터링은 필수적이다. 여기서 지표와 구체적 목표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집행 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환경지표를 파악하여야 하는데 이 결과는 대중에게 공표되어야 한다. 평가의 결과는 행동계획을 수정하거나 변경하는데 사용된다. 지역주민들의 태도변화는 기본철학이나 비젼의 변경을 가져올 수 있으며 새로운 행동계획의 작성을 필요케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의제21의 형성과 집행과정은 일회의 단선적인 과정이 아니라 평가의 결과가 기존의 지방의제21에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지방의제21을 형성해나가는 순환적인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5. 앞으로의 과제

지방의제21의 작성과 집행을 위하여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는 크게 보아 두가지 분야로 압축된다. 한가지는 실무적인 차원에서의 과제라 할 수 있으며 다른 한가지는 이론적인 차원에서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우선 이론적인 차원에서 앞으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은 환경용량을 산출하고 이에 기초하여 지탱가능한 발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지표를 개발하는 작업이다. 물론 환경지표설정을 위한 연구는 현재 활발히 진행중에 있으나 대부분의 환경지표의 설정은 환경용량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 초기치와의 비교를 통하여 지역의 환경이 어느정도나 개선되고 있는지 아니면 악화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지탱가능한 발전이 환경한계용량내에서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지 이 환경한계용량이라는 것을 우선적으로 산출해 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한다. 이렇게 산출된 환경한계용량에 기초하여 자연시스템이 인간의 활동을 어느정도나 지탱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고 수용가능한 인간활동량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환경지표가 개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토지, 수자원의 양과 질, 산림이나 녹지의 분포정도, 대기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환경용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고 이를 제약조건으로 할 때 수용가능한 인구나 산업활동, 교통량의 규모등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현재 해당 지역이 어느정도의 위치에 와 있는지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환경지표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환경용량을 산출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기는 하겠으나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환경용량이라는 것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환경요소들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인과관계가 순환적으로 파악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에 적합한 모델링 기법 -예를 들면 동태적체계이론을 이용한 컴퓨터모의실험(System Dynamics Simulation)- 을 이용한 연구결과들이 소개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무적인 차원에서의 과제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방의제21의 형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관심을 어떻게 유발하고 집행에 대한 지속적인 지방정부의 관심을 어떻게 유지하도록 할 것인가의 문제와 지역주민과 단체들의 광범위한 참여와 지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로 압축된다고 보겠다.

지방의제21의 형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관심을 어떻게 높여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일단 지방의제21의 형성에 대한 지방정부의 관심이 자치단체장의 선거 실시 이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지방의제21을 형성하더라도 이의 충실한 집행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에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조직정비가 필수적이다. 가장 이상적인 조직정비의 형태로는 환경문제와 관련된 각부서의 최고 책임자들로 구성된 조정위원회, 각부서의 실무자들로 구성되어 정책조정의 실무를 담당할 조정실무팀, 고위관료로 임명된 책임자의 선정, 전담공무원의 배치, 모든 공무원들에게 환경인식을 제고시킬 수 있는 교육담당자의 배치등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방의제21에 대한 책임이 중간급 간부의 손에 넘겨져서는 충실한 집행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제21 관련사안에 대한 안건은 복잡한 관료제의 계층을 하나씩 거쳐나가는 과정에서 없어질 가능성도 높을 뿐 아니라 최고정책결정을 위한 회의 안건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항은 지방의제21에 대한 행정부측의 지원과 조직 정비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에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유능한 지도급 지방정치인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의제21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러한 활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예산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현재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요소를 영기준에서 재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서는 환경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활동에 대한 예산 지원을 점차 줄여나가면서 친환경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예산내용과 유인책을 구비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자치단체가 같은 정도로 지탱가능한 발전에 대하여 높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상의 여러과정들을 비교적 충실하게 지키면서 성공적으로 지탱가능한 발전을 구축해 나가는 모범적인 지방정부가 반드시 출현하게 될 것이고 성공적인 지방정부는 타 지방정부의 모델케이스로 연쇄적인 관심의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차원에서는 이러한 성공적인 지방정부를 전략적으로 초기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 실무적인 차원의 과제로서는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과 단체들의 참여와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의제21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요 참여그륩들은 지방자치단체, 청년단체, 여성단체, 과학자, 농부, 기업, 노조, 환경단체, 주민단체등 9개 단체이다. 이들의 동등한 참여와 지지가 지방의제21의 형성과 집행에 결정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어떤 방식을 통하여 이들의 의견을 구하고 계속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가는 지역에 존재하는 단체의 수가 방대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단체들 중에서 과연 어떤 단체를 포함시켜야 할 것이며 이들의 의견을 어떻게 종합해 나가는가 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여러 참여그룹들 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선도그룹을 우선 형성하고 이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 각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역할을 분담해 나가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종적인 종합과 조정의 작업은 역시 위에서 말한 지방자치단체의 전담조직이 가장 적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은 지역의 참여를 강조한다고 하여 지역주민과 단체들이 해야 할 일들만을 열거하는 식의 권한없는 의무의 부과만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지방의제21이라는 것이 지역공동체의 에너지와 힘을 바탕으로하여 "나의 삶의 터전"을 적극적으로 이루어 나가는 환경창조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의 부여가 책임의 부여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