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발전 (Sustainable Development)
1. 개념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미래세대가 그들 스스로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 또는 “자원의 이용, 투자의 방향, 기술의 발전, 그리고 제도의 변화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현재와 미래세대의 필요와 욕구를 증진시키는 변화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하여 용어의 의미가 사용하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자연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경제, 사회, 환경 부문의 균형되고 조화로운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전반적인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은 이전부터 존재하는 개념이었으나 1987년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주창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는 21세기에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자 새로운 발전의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다.
2. 연혁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의 가장 가까운 뿌리는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가 환경문제를 의제로 개최한 유엔회의였던 1972년 스웨덴 유엔인간환경회의(일명 스톡홀름회의)에서 찾을 수 있다. 스톡홀름회의는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가들간의 환경문제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이로 회의의 성과가 수사학적인 결과에 그쳤다는 평가도 있으나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의무를 밝힌 스톡홀름선언이 채택되고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이 설립된 것은 이 회의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을만 하다. 이때 설립된 UNEP는 1983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 일명 브룬트란트 위원회를1) 설립하여 2000년대를 향한 장기 지구환경보전전략을 수립하도록 한다. 이 위원회에서 작성된 보고서가 1987년 출간된 「우리들의 미래」 Our Common Future (일명 브룬트란트 보고서)로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발전”(ESSD: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의 개념이 이 보고서에서 주창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1988년 유엔총회는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권고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UN 및 각국정부의 기본이념으로 삼을 것을 결의하고 이듬해 유엔총회에서는 스톡홀름회의 20주년을 기념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범세계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대규모 국제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의한다. 이렇게 해서 개최된 것이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리우회의(지구정상회담, UN환경개발회의)였다. 이 회의에서 지구환경질서의 기본원칙을 규정한 리우선언과 환경실천계획인 의제21(Agenda 21)이 채택되는데 이로 인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큰 전기를 맞게 된다.
3. 비판
리우회의는 환경에 대한 관심을 세계적으로 고취시키고, 환경과 개발의 문제를 조화시키기 위한 세계전략의 이념적 방향을 설정하였다. 그리고 지구환경보호를 위한 기본적 원칙과 대책을 제시하였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개도국은 방만한 선진국의 소비행태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 주장하였다. 민간단체들은 선진국의 환경책임론, 환경보호자금의 부담, 환경기술의 이전문제 등을 둘러싼 선후진국간의 이견으로 리우회담이 실질적으로 실패에 그쳤다고 비판하였다. 즉, 리우정상회의에서 지구헌장의 초안이 폐기되고 약화된 리우선언으로 대체되었으며 소비패턴의 변화를 위한 조항들은 미국과 OECD 국가들의 반대에 의하여 “의제21”에서 전면적으로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자연파괴적인 개발행위와 자원소모적인 소비패턴을 변화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기술을 개발하여 기존의 소비패턴을 유지하면서 환경보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민간단체들은 다국적 기업의 공해수출을 규제하고 군비축소를 하는 것이 환경보호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의 공해수출문제에 대한 논의가 리우회의에서 거의 없었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비판하였다. 인류의 생존 터전인 지구를 보전하기 위해서 한계용량을 넘어서는 경제성장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으로 기존 경제성장 우선 논리를 위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4.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다양한 시각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인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은 18세기말부터 19세기 초엽 독일의 "지속적 산출"(sustained yield)이라는 용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독일은 삼림에서 생산되는 목재가 경제의 주요한 기반이 되고 있었는데 인구의 급증과 경제규모의 팽창으로 삼림은 쇠락해 가는 위기를 맞고 있었다. 삼림자원의 고갈에 위험을 느낀 독일은 삼림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삼림자원 추출률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발견하고 이를 준수함으로써 삼림자원의 고갈을 막고 지속적인 경제기반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후에 이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으로도 전파되는데 미국에서도 이 개념은 독일에서와 같이 국가의 자연자원을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전문적인 조림가들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독일과 미국, 모두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자연자원에 대한 현명한 사용”, 그리고 이에 바탕한 “지속적 경제성장”에 그 핵심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기본적으로 유럽 계몽사상, 자연을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과학이 그러한 관리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영향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속가능성이란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선조들의 자연관, 생활문화, 그리고 삶의 양식에서 중요한 한 축을 구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예를 들면 자연을 만물을 생성하는 가장 순수한 이상으로 여겨 자연공간속에 인공구조물을 조영할 때는 조심스럽게 자연의 순리를 거슬리지 않도록 하였고, 자원을 철저히 절약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 하도록 쓰레기는 사료와 비료로 이용하였고, 산림훼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송목금벌을 만들어 소나무를 베는 것을 엄격히 금지시키고 있었다. 자연은 인간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한 현명한 이용의 대상이기도 하였으나 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 스스로가 동화되어나가야 할 궁극적인 이상으로 여겨졌다. 모든 자연만물에는 영혼이 깃들여 있다고 보았기에 경외의 대상이었으며 이러한 생각은 샤머니즘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이 같은 자연관과 그에 바탕한 지속가능한 생활문화, 삶의 양식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주창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크게는 소극적 견해와 적극적 견해로 갈라진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소극적으로 보는 견해에 따르면 각종 계획과 공공의사결정에 있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의 비중을 높여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의 속도를 늦추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기술적인 발전이 환경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낙관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극적인 견해는 지속가능한 발전은 자연이 지탱해 줄 수 있는 한계용량범위내에서의 개발을 의미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현재의 한계용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인 “환경창조”의 입장을 취한다. 이러한 관점은 환경이 지탱할 수 있는 한계용량의 범위를 초과하는 인간활동을 억제할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삼림이나 녹색공간, 그리고 자연생태계의 보전과 회복을 통하여 주어진 한계용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여러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시각에서 시행되는 적극적인 환경정책 수단의 유형들을 “생태전략”이라 칭하기도 한다. 브룬트란트 위원회나 UNEP, 국제환경자치체협의회(ICLEI)2) 등 국제기구들이 규정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의 개념도 적극적 견해에 입각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언어의 표현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자연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의 발전”임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성장과 보전의 단순한 조화가 아닌 “한계용량의 범위내”라는 제약조건하에서 경제, 사회,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과 보전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러한 한계의 범위를 확대시키기 위한 노력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sustainable development”라는 것은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의 발전이란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보다는 “지탱가능한 발전”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5. 전개
지속가능한 발전은 이제 하나의 유행어처럼 되어 인간활동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으며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국가발전전략, 정부구성, 행정과 정책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가치가 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EU 등 유럽쪽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국가발전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이를 정부의 모든 정책에 우선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을 재정비 하였을 뿐 아니라 각종 계획에서도 환경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회원국의 지역개발계획을 지속가능한 발전에 부응하는 경우 구조기금을 지원하도록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으며, 독일 또한 정부정책은 물론, 국토계획에도 지속가능발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연방공간정비법, 연방건설법, 연방자연보호법 등을 개정하였다. 미국도 경제적유인책을 강화하여 피규제자의 자발적 순응을 확보하고, 동시에 환경보전을 위한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하기 위하여 파트너쉽에 입각한 다양한 정책들을 구사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6. 평가와 전망
산업혁명 이후 서구사회는 물질적 풍요를 삶의 최고 가치로 삼아왔으며 발전은 곧 물질적 풍요로움의 달성을 의미하였다. 이 꿈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실현되었다. 그러나 그 대가도 만만치가 않았다. 지나친 물질적 풍요의 추구는 국가간, 지역간의 격차를 확대시켰고, 빈부격차를 심화시켰으며, 삶의 터전인 자연환경을 파괴하였다. 물질만능주의는 전통과 역사를 소홀하게 하였으며, 함께 사는 공동체적인 삶의 기반을 약화시키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개인의 이익만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메마른 삶의 모습으로 사회를 변화시켰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바로 이러한 기존의 발전모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었으며 앞으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가치로 제안된 것이었다. 그러나, 끊임없는 이윤 재창출을 근본원리로 하는 경제구조하에서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거대 기업군의 영향력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사회의 모든 면에 깊이 침투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리고 시민의 요구수준을 충족시키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역부족이 되어버린 공공부문을 그대로 두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은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기존의 생산양식, 정부형태, 소비패턴, 그리고 삶의 양식들의 큰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21세기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이자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로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다.
참고문헌.
The 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1987. Our common futur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문태훈. 1999. 「환경정책론」형설출판사.
한국행정학회. 2001. 「새천년 녹색정부 구현을 위한 국가환경행정체계정립에 관한 연구」.
키워드.
환경과 개발
국가발전전략
지속가능성
리우정상회의
지구정상회의
브룬트란트 보고서
지속가능한 개발
지탱가능한 개발
의제21
작성자.
중앙대학교 교수 문태훈 thmoon@cau.ac.kr http://post.cau.ac.kr/~thmoon
작성일.
2006.01
1) 당시 위원회의 위원장이 노르웨이의 여수상 브룬트란트였던 데서 유래한다.
2) the International Council for Local Environmental Initiatives. http://www.iclei.org/